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단순한 청춘 드라마가 아닙니다. 서울의 독특한 공간, 이태원을 배경으로 사회적 편견, 개인의 성장, 다양한 인간 군상, 그리고 치열한 창업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이 드라마는 현실 속 이태원이 지닌 문화적 다양성과 창업 환경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시청자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본 글에서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실제 거리의 현실과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문화’, ‘다양성’,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감상평 형태로 분석해 봅니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문화적 상징성
서울의 중심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태원은, 오랜 시간 한국 내에서 외국인 거주자들과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이 특별한 공간성을 적극 활용합니다. 박새로이가 창업을 시작하는 무대이자,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모이는 이태원은 단순한 상업 지역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수용, 도전의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실제 이태원은 해방 이후 미군부대 인근 지역으로 발달하면서 외국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고, 한국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다름’을 포용하는 거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양한 음식 문화, 패션, 언어, 심지어 종교까지 공존하는 이태원의 분위기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개성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박새로이의 단밤포차가 이태원에서 시작되는 이유도 바로 이곳의 개방성 때문입니다.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자신과 비슷한 ‘상처’나 ‘이질감’을 가진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었기 때문이죠. 드라마는 이태원의 문화적 상징성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입니다.
다양성을 품은 캐릭터들과 이태원의 현실
‘이태원 클라쓰’는 주인공 박새로이뿐 아니라, 조이서, 마현이, 김토니, 최승권 등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태원의 ‘다양성’을 인물 구성으로 구현합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셰프 마현이, 다문화 2세 김토니와 같은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설정이었으며, 이들이 중심 서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포용’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실제 이태원 거리에서도 트랜스젠더, 이주민, 혼혈인, 외국 국적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갑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시선이나 차별, 혹은 자기 자리 찾기의 어려움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서사와 닮아 있습니다. 특히 김토니의 에피소드는 현실 속 다문화 청소년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편견을 깊이 있게 반영하며, 시청자에게 ‘당연한 다양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드라마는 이 인물들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로 그립니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그들의 성장과 고통, 선택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되고, 이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포용성과 직결됩니다. 결국 드라마 속 이태원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서로의 힘으로 전환시켜 가는 상징적 무대로 기능합니다.
창업의 리얼리티와 이태원의 현실 경제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 중 가장 강력한 서사는 ‘창업’입니다. 박새로이는 고졸 출신 전과자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태원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업에 도전합니다. 그의 창업기는 단순히 성공을 향한 열정만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 속에서의 전략, 팀워크, 마케팅, 브랜드 철학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 ‘성장서사’로 완성됩니다.
이태원이라는 상권은 실제로도 창업자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도전의 무대’입니다. 트렌디하면서도 경쟁이 치열한 지역, 유동인구는 많지만 상권 유지가 어려운 현실 등은 드라마 속 단밤포차 운영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특히 시즌 초반의 적자 운영, 경쟁 업체 장가와의 마케팅 싸움, 메뉴 개발과 인사관리 등은 실제 자영업자가 겪는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드라마는 ‘돈’보다 ‘사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합니다. 박새로이가 팀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약점을 보듬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단순한 성공담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창업 서사는 실제 이태원에서 장사하거나 브랜드를 세워가는 많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현실적인 동기부여가 되었고, 드라마 이후 이태원 창업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드라마는 창업의 이상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유통, 자본, 권력이라는 현실적 벽에 맞서 싸우는 새로 이의 모습은 ‘성공=노력’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넘어서, 자본주의 구조 속 개인이 겪는 한계까지 조명합니다. 이태원이라는 거리에서 살아남는 일은, 단순한 ‘맛집’ 운영이 아니라 수많은 전략과 판단, 인간관계 속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드라마는 창업의 현실을 진지하게 탐구합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상징성과 현실을 탁월하게 결합한 작품입니다. 문화적 다양성, 개방성과 포용의 상징, 그리고 치열한 창업의 무대가 되는 이태원의 진짜 모습을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잘 풀어냈죠.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힘은 단지 ‘장소’가 아니라, ‘가치’를 담는 무대입니다. 다시 한번 드라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이태원, 그리고 그 속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