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한 천재 신입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겪는 성장과 차별, 그리고 극복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우영우가 겪는 사회적 장벽은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시스템과 문화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 글에서는 우영우라는 인물이 한국 사회의 어떤 벽에 부딪혔고, 그 안에서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변화시켰는지를 ‘채용’, ‘규칙’, ‘인간성’이라는 키워드로 나눠 분석합니다.
채용: 능력보다 '정상성'을 보는 사회
우영우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적인 법 지식을 가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졸업 후 오랜 시간 동안 로펌 취업에 실패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채용 문화가 얼마나 스펙 이면의 '정상성'을 요구하는 구조인지를 드러냅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채용 담당자들은 우영우의 스펙을 보고 놀라면서도, 면접 자리에서는 눈빛을 피하고, 대화가 어색하다는 이유로 탈락시키곤 합니다. 이것은 서류에서 보이는 ‘능력’과 면접장에서 요구하는 ‘사회성’, ‘정상적인 대화 방식’ 사이의 괴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채용은 단지 실력 검증이 아니라, 얼마나 조직에 ‘어울릴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우영우는 결국 ‘태수미’라는 숨겨진 배경과 ‘정명석’ 변호사의 개입 덕분에 로펌에 입사하게 됩니다. 이는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조차 시스템 안에 진입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외부 요인’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의 채용 시스템은 실력이 아닌 ‘관계’, ‘배경’, ‘인상’ 등 비합리적인 기준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드라마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영우의 채용 과정은 단지 자폐인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외모, 나이, 출신 지역, 성별 등으로 인해 차별받는 모든 취업 준비생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구조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규칙: 규범화된 사회 안에서의 타인 됨
우영우가 입사 후 마주한 두 번째 벽은 바로 ‘규칙’입니다. 조직 안에서의 규칙, 인간관계에서의 암묵적 규범, 사회생활의 비공식 룰 등은 우영우 같은 비정형적인 인물에게 끊임없이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그는 법조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하지만, 회식 자리에서의 ‘눈치’, 회의에서의 ‘돌려 말하기’, 사내 정치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가 어려워하는 것은 사실 그 어떤 매뉴얼에도 적혀있지 않은, ‘사회적 코드’라는 비가시적 규칙입니다. 예를 들어, ‘먼저 나서지 말 것’, ‘상사의 말에는 반대하지 말 것’, ‘모두가 웃을 때 웃을 것’ 같은 규범들입니다. 우영우는 이 규칙들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사고, 때론 배제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시청자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정해놓은 규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상적인 소통과 행동이라는 기준은 과연 절대적인가?”라고. 우영우의 행동은 때로 이상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논리적이며 정직합니다. 반면, 조직 안에서 통용되는 ‘정상성’은 때때로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사람을 상처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규칙’은 소수자에게는 벽이 되며, 다수에게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영우는 그 규칙 속에서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 어떻게 배척되고, 또 어떻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인간성: 공감과 연결의 가능성
그렇다면 우영우는 이 벽들을 어떻게 넘을 수 있었을까요? 드라마가 제시하는 해답은 ‘인간성’입니다. 즉, 조직의 룰이나 제도 바깥에서 작동하는 개인의 공감과 존중입니다. 정명석 변호사는 우영우의 독특함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실력을 인정하며 그를 진짜 ‘변호사’로 대합니다. 동료 이준호 역시 처음에는 낯설어하지만, 점점 우영우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어갑니다.
이처럼 우영우가 사회 안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변화였습니다. 시스템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한 명의 존중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조용히 전합니다.
우영우는 ‘특별 대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에게도 기회를 공정하게 달라고 말합니다. 이는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거창한 담론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또한 드라마는 단지 우영우에게만 감정이입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다름’과 마주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 ‘비장애인’을 위한 드라마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를 다룬 드라마가 아닙니다.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진 작품입니다. 우영우가 마주한 사회의 벽은 실제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불편한 현실일 수 있습니다. 채용은 여전히 공정하지 않고, 규칙은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며, 인간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말합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우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어쩌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